영화 블랙팬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뷰에 앞서,
1. 나는 마블 영화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싫어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제작비 빵빵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좋아하기 때문에 가격 대비 시각/음향 만족도를 생각하여 마블 영화는 극장에서 봐주는 편이다.
2. 나는 흑인 역사를 잘 모른다. 현재 미국내 흑인 사회의 센티먼트나 무드도 잘 모른다.
위 두 가지 사실만 놓고 보면, 내가 블랙팬서라는 영화에 크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로그를 굳이 남기는 것은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블랙팬서는 성공한 영화 일지도 모른다.
특히, 흑인 문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대중들에게 블랙팬서가 다가오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 중간, 부산이 무대로 등장하는 것은 영화 제작자들 또한 이런 점들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동안 국내 팬들이 보여준 사랑에 대한 관심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물론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은 그리 밝고 아름다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한밤 중 부산 시내를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간판들이 유독 ‘마사지 샵’이 눈에 띄는건 나뿐일까? (아, 실제 부산 길거리 배경이 아니라, 프로덕션 된 배경이기 때문에 어떤 간판이던 만들어 넣을 수 있었던 상황) 현상적으로 마사지 샵이 많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됬다라고 보기에는 너무 여러 번, 너무 잘 보여서 심기가 불편 했던 관객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인종차별(흑인대백인)에 관한 영화에서 성차별(남자대여자) 실태를 꼬집는 것 같았다는 말이다. (아 ㅆㅂ 일초도 안되는 컷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 하나보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 영화는 분명 흑인 영웅에 대한 영화이다. 더 나아가서 흑인 투쟁 역사와 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백인들에게 약탈 당하고 억압 받아 하나로 똘똘 뭉쳐 싸워도 부족할 흑인 사회를 갈라 놓은 것은 결국 이념의 차이이며, 여러 부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때때로 의견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뿌리는 다 같은 하나인 점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 하다.
여기서 내가 특히 주목하는 점은, 이 영화가 ‘뿌리’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블랙팬서의 고향 와칸다는 비브라늄이라는 엄청난 비밀 소재를 통하여 최첨단 과학 문명을 이룩한 평화롭고 풍족한 나라이다. 주인공들은 와칸다인으로써 엄청난 긍지와 자존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와칸다의 첨단 과학 문명을 국외로 전파하면서 영화의 끝을 맺는다.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스러운 배경 설정이 솔직히 나는 찝찝하다. 아마도 욕 중에 가장 불쾌한 욕은 아마 ‘근본도 없는 놈’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쓸 때 없이 우월한 와칸다가 오히려 흑인 자신들에 대한 ‘근본도 없음’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이다. 부연 설명 하자면, 백인들은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국/한국/일본 아시아 인들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 반면 흑인들은 그 들이 태생한 대륙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힙합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사랑한다. 노예, 소수 민족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저항 정신으로부터 많은 부분 위안과 힘을 얻는다. ‘우리집 졸라 가난하고 배고파서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좆뺑이 쳐서 나 개부자 됬어. 나 졸부인거 나도 알거든?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 이런 치기 어린 자신감을 동경한다. 블랙팬서에서는 이러한 저항의 정신을 에릭 킬몽거라는 악역에 투영하는 듯 하다. 즉, 내가 관객으로서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에릭 킬몽거가 주인공 이었던 것이다. 반면, 주인공 블랙팬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나약하다. 그런 점을 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에 의지한다. (아 ㅆㅂ 이게 또 왠 종교 영화란 말인가)
한마디로 이 영화는 ‘꼰대’ 같다. 마블/디즈니 영화가 그렇고, PG-13이고 메인스트림 흑인영웅 영화고 등등 … 오케오케 인정한다. 하지만 그냥 내 취향이 아닌걸로 하기에는 너무 아이콘닉한 메인스트림 흑인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최근 Jay-Z의 앨범 4:44에서 그는 말한다. 좀더 길게 그리고 깊게 봐야한다고.
<The Story of O.J.>
You ever wonder why Jewish people own all the property in America? This how they did it
I bought every V12 engine. Wish I could take it back to the beginnin'. I coulda bought a place in DUMBO before it was DUMBO For like 2 million. That same building today is worth 25 million. Guess how I'm feelin'? Dumbo
유대인들이 왜 이렇게 부자인줄 아냐? 개내덜은 돈 안쓰고 졸라 모아서 땅사고 집사놨거든. 비싼 스포츠카 사는 것보단 그런게 진짜 멋있는거야. 나도 땅사서 개부자 될 수 있었는데 놓쳐서 졸라 병맛이야.
물론 Jay-Z가 이야기 하는 거니까 느낌있고 임팩트 있다. 근데 내용만 놓고 보면 아껴쓰라는 아빠 잔소리 혹은 김생민이 할 법한 말 같지 않나? 언제부터 흑인 음악/영화가 이렇게 조루해 졌나?
마지막으로, 또 하나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우리나라 성평등에 대해 비꼬아 놓고서는), 블랙팬서가 죽고 나서 여왕(블랙팬서 여자친구)이 리더로서 악의 무리와 투쟁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 스토리상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격 하는게 더 자연스러웠을 법 한데도 말이다. 이 여자 캐릭터는 영화 초반 남자 주인공(블랙팬서)에게 구출 당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여자 캐릭터는 리더가 될 수 없고 항상 남자에게 보호받고 구출되어야 하는 존재이어야만 하는가?
아, 리뷰를 쓰면서도 불쾌하기 그지없다. 나는 가서 Kendrick Lemar의 DNA나 들으련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Hit ‘em up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Solange의 FUBU도 들어야지)
근데 도대체 Kendrick은 무슨 생각으로 OST 작업 한 걸까? 나는 OST듣고 좋아서 이 영화 봤거든.
-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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